향수이야기 / / 2025. 12. 24. 23:29

플로럴 노트 계열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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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럴 계열은 향수에서 가장 많이 쓰이지만, 가장 오해받는 계열이기도 하다.
꽃향이라고 하면 화사하거나 여성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 플로럴은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거 같다.

플로럴이 들어간 향수는 꽃향이 선명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꽃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도 향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이 차이는 꽃의 종류보다는 플로럴이 어떤 역할로 쓰였는지에서 생긴다.

플로럴은 향을 튀게 하지 않는다

플로럴은 시트러스처럼 처음부터 확 튀어나오지 않는다.
우디처럼 끝까지 눌러앉아 있지도 않는다.

대신 향이 피부 위에 안착하는 구간,
사람이 “이 향이 좋다” 혹은 “부담 없다”고 느끼는 지점에서 중심을 잡는다.

그래서 플로럴이 빠진 향수는 종종 이렇게 느껴지는데
상큼한데 가볍고,
달콤한데 인위적이고,
분명 향은 나는데 사람 냄새랑 잘 안 섞인다.

플로럴은 향을 예쁘게 만들기보다,
향을 사람 쪽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는듯 하다.

비누향 처럼 느껴지는 꽃향

플로럴이 항상 꽃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플로럴이 전면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거 같다.

깨끗하게 느껴지는 플로럴 향수에서는
꽃이 앞에 서지 않고, 향의 표면을 정리하는데
향이 날카롭게 튀지 않도록 눌러주고,
잔향이 피부에 자연스럽게 남도록 방향을 잡아준다.

이럴 때 사람들은
“꽃향은 아닌데 좋다”,
“막 씻고 나온 사람 냄새 같다”라고 표현한다.

실제로는 플로럴이 분명히 들어가 있지만,
꽃의 이미지보다는 정돈된 살냄새 쪽으로 느기게된다.

화이트 플로럴이 만들어내는 인상

네롤리나 오렌지 블라썸 같은 화이트 플로럴은
생화 이미지보다 훨씬 차분하게 느껴진다.

이 계열은 꽃밭보다는
햇볕에 말린 흰 셔츠,
욕실에서 막 나온 직후의 공기,
비누 거품이 사라진 뒤의 피부 같은 이미지를 만든다.

그래서 화이트 플로럴이 중심이 된 향수는
꽃향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비교적 쉽게 받아들여 지는데
향이 예쁘다기보다 깨끗하게 정리된 느낌이 먼저 온다.

로즈가 분위기로 느껴지는 이유

로즈는 플로럴 중에서도 가장 인상이 갈리는데
문제는 로즈가 꽃이라서가 아니라,
로즈가 감정을 직접 건드리는 플로럴이기 때문이다.

생화에 가까울수록 올드하다고 느껴질 수 있고,
조금만 달콤해져도 갑자기 관능적으로 변한다.
우디나 앰버와 함께 쓰이면
로즈는 꽃향이라기보다 고급진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로즈 향수는
“예쁘다”보다는
“분위기 있다”, “무게감 있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거 같다.

 

파우더리 플로럴이 취향을 가르는 지점

아이리스나 바이올렛 계열은
플로럴 중에서도 체감이 가장 뚜렷하다.

분가루, 화장대, 립스틱 같은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고,
이 이미지에 거부감이 있으면 바로 멀어진다.
반대로 이 결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플로럴이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로 깊게 빠진다.

이 계열은 확실히 대중적이진 않지만,
니치향수에서 “고급스럽다”는 말이 나올 때
뒤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플로럴이 향수에 남기는 것

플로럴은 꽃향 계열이 아니라,
향이 사람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를 결정하는 구조에 가깝다.

깨끗해질 수도 있고,
묵직해질 수도 있고,
아무 향도 안 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질 수도 있다.

플로럴을 이해하면
향수에서 왜 어떤 향은 편하고,
왜 어떤 향은 부담스러운지가
감각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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