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치향수를 처음 접했을 때, 대부분은 “이게 좋은 향인지, 센 향인지”부터 헷갈린다.
킬리안 엔젤스 셰어는 그런 고민을 할 틈을 잘 주지 않는 향이다.
분사 순간부터 “아, 이건 일반적인 향수랑 다르구나”라는 신호를 확실하게 준다.
개인적으로는 바카라 루쥬 540을 찾아 헤메다가 처음으로 입문한 니치향수가
엔젤스 셰어였다.
첫 분사: 달콤한 시나몬향과 술기운이 확 올라온다
처음 뿌리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술과 시나몬 향이다.
단 술, 정확히는 시나몬을 잔뜩 띄운 럼주 같은 느낌이 확 올라온다.
- 알코올 향이 날카롭게 튀지 않는다
- 코를 찌르기보다는 따뜻하게 퍼진다
- “향수”라기보다 잔에 담긴 술 향을 맡는 느낌에 가깝다
- 어떤면에서 딸기쨈 같은 느낌도 준다
이 구간에서 이미 호불호가 갈린다.
술 향에 거부감이 있으면 이 단계에서 멈출 수 있고,
반대로 이 순간이 좋다면 엔젤스 셰어는 끝까지 좋게 간다.

10~30분: 시나몬과 딸기 파이가 섞인 단 향
술향의 날이 조금 죽고 나면, 향은 훨씬 구어망드 방향으로 바뀐다.
- 시나몬이 중심을 잡고
- 달콤한 딸기 파이, 혹은 캐러멜화된 설탕 같은 느낌이 나온다
- 단데 가볍지 않고, 두께감 있는 단 향
이때부터는 “술 향수”라기보다는
고급 디저트 향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달달한데 싸구려 단 향이 아니라는 것.
합성 바닐라처럼 눅진하지 않고,
술기운을 머금은 단 향이라서 깊이가 있다.

1~3시간: 엔젤스 셰어의 핵심 구간
이 시간이 엔젤스 셰어가 가장 잘하는 구간이다.
- 달콤함은 유지되지만 과하지 않다
- 우디함과 앰버감이 서서히 올라와 향을 눌러준다
-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묵직한 공기”가 된다
- 약간 이끼스러운 향도 난다
이때의 향은:
- 달달한 체취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 코트 안쪽에서 은근히 새어 나오는 술기운 같기도 하다
바카라 루쥬 540이
“공간을 장악하는 투명한 미네랄 단 향”이라면,
엔젤스 셰어는
“체온을 타고 퍼지는 점도 있는 단 향”에 가깝다.
결이 다르지만, 존재감이라는 측면에서는 같은 급이다.
잔향: 단 술기운이 남은 따뜻한 피부 냄새
마지막에는 술 향은 거의 사라지고,
달콤한 앰버 + 나무 결만 남는다.
- 코를 가까이 대야 느껴질 정도
- 달콤하지만 공격적이지 않다
- 겨울 옷, 니트, 코트와 잘 섞인다
이 잔향에서 엔젤스 셰어는
“센 향수”에서 “좋은 향기”로 인식이 바뀐다.

확산력·지속력
- 확산력: 중~강
→ 처음 2~3시간은 확실히 존재감 있음 - 지속력: 피부 기준 8~10시간
→ 옷에 뿌리면 다음 날까지도 잔향 남음
니치향수 입문자 기준에서는
부담스러울수도 있는 성능이다.
어떤 사람에게 어울릴까
엔젤스 셰어는 무난한 데일리 향수는 아니다.
잘 맞는 경우:
- 겨울/가을
- 저녁 약속, 술자리, 분위기 있는 공간
- 향으로 존재감 주고 싶은 사람
안 맞을 수 있는 경우:
- 깔끔한 비누향 선호
- 출근용/사무실용
- 단 향에 민감한 경우
확실히 데일리용은 아니다..
정리
엔젤스 셰어는
“달콤함만 가지고 있는 향수”라기보다는
‘술을 향으로 만든 니치향수’에 가깝다.
바카라 루쥬 540을 좋아하지만
그 향이 너무 차갑거나 미네랄하게 느껴졌다면,
엔젤스 셰어는
더 인간적이고 체온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